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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 누가 가로막았나?①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 응원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엇갈린 것처럼 보이지만, 응원단 참가를 놓고 남북이 줄다리기를 벌인 정황을 봤을 때 응원단을 대남선전의 선봉대로 보는 국방부의 입장이 정부의 본심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코앞에 다가왔다. 흥행 저조의 우려 속에 준비되던 아시안게임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 소식에 활기를 띨 수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응원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흥분은 곧바로 가라앉았다. 도대체 누가 북한 응원단 입국을 가로막았을까?

북한 응원단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경기대회 등 세 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았다. 그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언론도 연일 대서특필하며 한국 사회에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최악의 상황에 빠진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겹쳐 많은 이들이 북한 응원단 참가를 기대했다. 북한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0여 명의 응원단을 파견하고, 한국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만경봉호로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제안하며 적극성을 보였다.

이해할 수 없는 실무협상 결렬 과정
그러나 선수단, 응원단 참가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협상은 하루 만에 결렬되고 말았다. 한국 측 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선수단 규모, 응원단 숫자를 구체적으로 질문했더니 북한이 구체적인 내용은 차기 회담이나 서면으로 통보하겠다고 했고, 거듭 확인을 요청하자 결렬을 선언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 규모를 질문한 게 문제될 것도 없고, 구체적 내용을 차기 회담이나 서면으로 통보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될 게 없다. 이런 이유로 회담이 결렬됐다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북한 협상단장의 담화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주장은 한국 측에서 선수단과 응원단 규모가 너무 많다, 다른 나라들이 불만을 가진다, 국민정서와 신변안전보장 문제로 북한 국기와 통일기(단일기)를 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큰 규격은 안 된다, 통일기를 드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면서 반발했다는 것이다. 또 비용문제는 북한 측이 꺼내지도 않았는데 한국 측에서 먼저 꺼내며 자부담 원칙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7월 18일자 <통일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측이 먼저 대형 북한국기는 곤란하다고 제기한 점은 맞다고 한다. 또한 정부가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이 비용 문제를 집요하게 다루는 것으로 보아 비용문제 역시 회담 결렬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 아시안게임에 한 나라가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이 과연 있었을까? 모든 것은 국제관례에 따르면 된다.

선수단과 응원단 규모에 제한은 없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은 1013명을 파견했다. 따라서 북한이 제시한 선수단과 응원단 도합 700명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국기 크기 역시 아무런 제한이 없기에 문제 삼을 수 없다. 한국 응원단은 초대형 태극기를 통한 응원을 자주 한다. 비용 문제 역시 선수단 50명까지 보장하고 나머지는 자국 부담이 관례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조절하면 된다. 북한은 비용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고, 만경봉호를 이용해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했으므로 비용 문제가 나설 이유도 없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실무협상 결렬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응원단을 심리전으로 인식하는 정부
올 초부터 북한은 신년사(1월 1일), 중대제안(16일), 공개서한(23일) 등을 통해 연속해서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북한의 신년사 발표 하루 만에 통일부장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다음 날엔 통일부 대변인이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평가절하했다. 대화할 생각이 있다면 북한의 주장을 비판하더라도 대화 자체는 찬성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비방중상을 중지하자는 내용의 중대제안에 대해서는 통일부 대변인이 다음날 곧바로 전면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는 비방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공개서한에 대해서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통일부 대변인이 입장을 발표해 북한이 더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으나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되었다. 통일부가 나서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고, 군대 역시 대북심리전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며 반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엄호했다.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하자는 남북고위급접촉 합의를 깨버린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서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한 지 3일 만에 대규모 한미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을 진행하며 북한을 자극했다.

이번 응원단 문제도 마찬가지다.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에도 정부는 북한 응원단 파견을 환영한다며 마치 북한이 응원단을 보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8월 20일 아시안게임 조 추첨을 위해 방문한 북측 관계자가 응원단 불참을 통보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숨기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공식 통보가 아니었기에 재확인하려 했다고 변명하지만 26일 서면 협의에서 응원단 불참 문제를 확인하지 않아 사실상 정부가 북한 응원단 파견을 바라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정부의 속내는 9월 1일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이 국방일보에 <북한 응원단 파견 논란의 진실>이라는 교육자료를 게재하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 교육자료는 장병 정신교육 자료로 활용되는데 여기서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에 응원단 파견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 경계심과 안보의식을 저하시키고, 국론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화전양면전술이자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며 "응원단은 남북화해협력의 사절이 아닌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의 선봉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9월 4일 프레시안은 기사를 통해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 응원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엇갈린 것처럼 보이지만, 응원단 참가를 놓고 남북이 줄다리기를 벌인 정황을 봤을 때 <국방일보>에 게재된 국방부 입장이 정부의 본심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8월 11일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제안했지만 핵심 화두인 응원단 문제는 부차시하고 엉뚱하게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자고 해 응원단 문제에 관심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나마도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군사연습 기간을 회담 날짜로 지목해 진정성이 결여됐음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을 전향할 고민은 없이 보여주기식 성과만 내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응원단 파견을 달가워하지 않는 조건에서 북한이 응원단 파견을 강행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벌써부터 언론들은 북한 응원단이 모집을 어떻게 한다, 귀국 후 무슨 처벌을 받는다 하는 식의 카더라 통신을 내보내고 있다. 정부의 비호 아래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아서 응원단에 대한 악성 보도를 늘어놓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과거 북한 응원단은 남북화해와 협력을 추진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왔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조건이다. 현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정할 생각이 없으며, 응원단 파견도 바라지 않음이 분명해진 이상 북한 역시 응원단 파견을 강행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인해 애꿎은 인천아시안게임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 인천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 국민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문  namo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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