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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함께 보고 듣고 노래하고 느끼는 것‘통일 보다’와 함께 한 제5회 통통콘서트 현장

통일저변의 확산을 위해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이사장 배기찬)이 매달 개최하고 있는 통통(通統)콘서트. 22일 서울 효창교회(김종원 목사) 카페에서 열린 제5회 통통콘서트는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고 통일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선한 내용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통통콘서트는 영상, 예술작품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통일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올 초에 만들어진 ‘통일 보다’가 주 기획자로 참여했다.

우선 ‘통일 보다’의 오영필 감독이 제작한 뮤직 비디오 ‘그 날’이 통일을 선보였다. 2002년 탈북한 최유진 씨가 북한의 가족을 향해 쓴 ‘붙이지 못한 편지’가 모티브다. 통일은 탈북자에겐 두고온 가족과의 재회 날이기도 하다. 탈북자에게 통일은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날이 오면 멍든 가슴 식혀내고 아물지 못했던 미련과 슬픔을 모두 벗어내고 그곳에 모두 모여 기쁨의 춤을 추고 있을 거야.” 그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기쁨으로 승화되는 걸 뮤직 비디오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션 앤 담’ 팀이 통일을 노래했다. 이들은 자작곡한 ‘한강’ ‘메모리’ 등의 곡을 통해 통일이 남녀 관계와 밀접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들은 또 88올림픽 주제곡이었던 ‘손에 손잡고’를 편곡해 월드컵 리듬에 맞춘 “통~일 한국”을 유도해 호응을 얻었다.

   
▲ 자작곡 노래를 불러 호응을 얻은 션앤담.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 시를 낭송하고 있는 최혜림 씨 ⓒ유코리아뉴스

통일 시 낭송도 있었다. 3년 전 압록강, 두만강 유역을 직접 방문해서 북한을 바라보며 지었던 청년들의 시(시 보기)를 최혜림씨가 낭송했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마치 압록강, 두만강을 바라보듯 함께 통일을 염원하고 노래했다.

남녀북남의 일일 데이트를 다큐식으로 구성한 ‘time to love'도 큰 박수를 받았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일일 데이트를 통해 서로 묻고 얘기하고 공감하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통일의 의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짚었기 때문이다. 다큐에서 탈북자 설일국(가명) 씨는 일일 데이트를 마치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남한에서 생활하며 말 걸기도 힘들고 편안하게 대해주는 이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고마웠다.” 데이트 짝이었던 남한 여자 김솔 씨는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 때문에 탈북자에 대해 이상한 인식 갖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고백했다.

다큐에 이어 곧바로 토크가 열렸다. 다큐 출연자 설씨와 다큐를 직접 촬영한 오영필 감독이 게스트, 사회는 김유연 씨가 맡았다. 설씨는 이성친구, 남한 사회 등에 대해 속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이런 설씨에게 오 감독은 “본인은 북한에서 온 걸 감추고 싶었다고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그게 오히려 설씨만의 엄청난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다독였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통일 콘서트에 대해 40대 가정주부 김희성 씨는 “평소 통일 하면 통일세니 통일비용만 얘기할 정도로 무겁거나 부정적이었는데 통일에 대해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며 “무엇보다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그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통일 토크를 요약한 것이다.

   
▲ 22일 저녁 서울 효창교회에서 열린 제5회 통통콘서트 통일토크 모습. 오영필 감독, 설일국(가명), 김유연씨(오른쪽부터) ⓒ유코리아뉴스

-김유연: 다큐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 참여 이유는?

오영필: ‘통일 보다’를 올해 초에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당위는 있는데 관심은 없는 갭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다가 이 괴리를 영상으로 메꿔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뜻이 맞는 분들을 만났고 그래서 첫 작품으로 ‘time to love’를 만들게 된 것이다.

설일국: 제가 많이 소심해서 처음엔 남한에서 잘 적응 못했다. 아는 탈북자 형이 제 옆집에 사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참여 의향이 있냐’고 해서 제 소극적인 성향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참여했다. 저는 북에서 온 걸 숨겼다. 항상 남쪽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북한에서 왔다 하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몰려와서 구경했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소극적이 되고 대학에서조차 신분을 숨겼다. 그런 계기로 참여했는데 덕분에 많은 것을 찾게 됐다.

-김유연: 북쪽에 있을 때는 성격이 어땠나?

설일국: 가족이 많았다. 형제가 6명 중 내가 5번째다. 누나들이나 엄마한테 떼쓰고 애교 부리고 살았다. 성격이 쾌활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성격이 소심하게 된 이유가 처음에 남한에 와서 일반학교에 들어가서 탈북자란 걸 얘기하고 다녔다. 처음 2, 3년간 그랬다. 그런데 학교에서 장난 전화도 많이 받았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세금이 아깝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가 됐다. 철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상처로 남았다. 두려워져서 마음 졸이면서 소심해져 갔다. 그 때문에 작년엔 우울증도 걸려서 학교 생활도 잘 못하고 아이들이 알아 차릴까봐 말도 잘 못하고 지냈다.

-김유연: 생각해보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왕따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그 문화와 비슷한 것 같다. 평소 남한 여자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막상 만나보니까 어떻던가?

설지현: 끝날 때 픽션이어서 아쉬웠다(웃음). 현재는 그 계기로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남한 여성인데 그 여자분도 제가 북에서 온 걸 알고 있다.

-김유연: 감독님이 생각하는 통일은?

오영필: 일반인이 통일을 생각할 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기에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통일은 사람의 통일이 본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북한에서 온 사람과 한 자리에 있는 게 통일의 실재가 아닐까. 제가 생각하는 통일은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유연: 영상 통해 그걸 충분히 소개했다고 생각하나?

오영필: 약간 아쉽다. 원래 두 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또 한 버전은 남남북녀다. 해보지 않은 것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두려움 속엔 설레임도 있었다. 각각 만나보니까 제 안에 있던 근거없는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됐다. 작품 과정에서 제가 변했다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그 분들 안에 있는 북쪽 출신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이 조금이라도 깨질 수 있다면 작품 의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유연: 지현씨가 생각하는 통일은?

설일국: 제가 생각하는 통일은 문화적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제가 탈북자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뭔가 다른가 하고 생각한다. 남한도 사투리가 다 있는데 그걸 가지고 선입견을 갖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대화하고 서로 배우고 서로 이해하는 게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유연: 서로 답변이 비슷한데?

오영필: 사람들 만나보니까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것 같다.

설일국: 제가 간절하게 원하는 건 선입견을 보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원래 한민족이었으니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탈북자, 새터민 용어도 원치 않는다. 나라를 피해서 도망나온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 통일토크에서 통통콘서트 참석자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청중 질문: 어떻게 탈북을 결심하게 됐나?

설일국: 제 고향은 평안남도 안주다. 1997년, 98년에 한창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는데 어릴 적부터 주체사상 교육을 받았지만 배고픈 게 우선이었다. 자유도 자유지만 배부터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가 결정을 잘 하셔서 고향을 버리고 무산, 회령서 살자고 해서 걸어서 2개월간 여덟 명의 식구가 이동했다. 우연찮게 중국이란 나라를 알아서 누님이 먼저 건너갔고 가족들도 건너가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에 넘어가는 걸 세게 단속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잡혀서 함께 가지 못했다.

-청중 질문: 전공이 중국어인데 전공을 살린다면 졸업 후의 꿈은?

설일국: 꿈은 미정이다. 뭘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제가 중국어를 전공한 이유는 중국서 9년 반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선택했다. 전공을 별로 안좋아한다. 북한서 넘어온 사람들을 잡는 데 중국이 적극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청중 질문: 남한과 북한을 비교한다면?

설일국: 한국이랑 북한을 비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아무리 힘들어도 북한에 넘어갈 생각은 한번도 안했다. 우리는 고난의 행군 때 배고파서 넘어왔다. 지금은 북한이 예전처럼 그렇게 배고프지 않고 오히려 부자들이 자유 찾아 넘어온다고 들었다. 그때 우리는 자유를 몰랐다. 먹는 게 우선이었다.

-청중 질문: 북한에서 열 살 때 넘어와 중국서 9년을 살고, 남한에서 7년을 살고 있는데 국적이나 정체성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설일국: 10년간 국적 없이 인생 포기한 사람처럼 살았다. 북한 하면 내가 거기서 태어난 죄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에선 죄라고 잡아가고 수용소 들여보내고 그랬다. 중국서도 국적이 없으면 일단 조사하니까 옌벤이 아닌 되도록 한족들이 사는 마을에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거짓말 하고 살았다. 10년 5개월 정도 걸렸는데 한국 돌아와서 신분증 받으면서 굉장히 감동도 되고 한편 씁쓸했다. 이것 하나 받으려고 이렇게 고생했나 싶어서다. 신분증 있으니까 다른 나라 갈 수도 있어서 좋았다. 작년에 화룡엘 가는데 1시간 걸렸다. 1시간 걸리는 거리를 10년 걸려서 왔나 싶었다(그러면서 설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설움과 감격이 복받쳐서였을 거다).

-김유연: 오 감독님이 설지현씨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오영필: 지현씨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도 중국에서 1년 반 감옥생활을 했다. 요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지현씨에 비하면 저는 너무 작은 스토리에 불과하다. 북에서 온 걸 감추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걸 본인이 조금만 극복한다면 그게 남이 가질 수 없는 장점일 수 있다고 본다. 지현씨는 다이아몬드 같은 원석이 있는 것이다. 그걸 다른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능력만 갖는다면 대단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북한, 중국, 대한민국에서의 그런 소중한 경험들을 잘 살려 가치있는 삶이 되길 기대한다.

설일국: 모두 다 통일에 관심이 있어서 이 자리에 오셨다고 믿는다. 제가 기쁜 건 올해 따라 통일에 관심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통일 강의 하러 중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소수가 통일을 원하지 않고 다수는 통일에 눈을 초롱초롱 뜨고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본다. 북한서 넘어올 때 ‘10년 내에 통일된다’고 얘기 들었는데 안됐다. 지금은 ‘20년 내에 통일된다’고 하는데 이제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의 사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동서독처럼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되지 않을까. 잘살고 여유있는 남한이 먼저 대책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제5회 통통콘서트 통일토크에서 설일국 씨가 자신의 북한, 중국, 남한 살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김유연: ‘증오는 알면 안생긴다. 모르니까 증오가 있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오늘 다큐와 토크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해, 통일에 대해 좀더 이해와 공감을 넓혔을 줄 믿는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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