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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통일준비위원회를 왜 만들었을까?”조간신문을 통해 본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한 따가운 여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지 5개월만인 어제(15일) 발족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통일 분위기가 사그라든 상황에서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량을 결집해 민족의 대역사인 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교차한다.

통일준비위 발족을 국내 언론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16일자 조간신문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기대와 함께 우려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조선일보다. 이 신문은 올초부터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를 통해 통일 분위기 확산에 앞장서 왔지만 정작 통일준비위 발족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조선일보는 ‘149명 매머드급 통준위 … 구색 맞춘 人選 우려도’ 6면 정치면 기사에서 인선 문제를 가장 먼저 꼬집었다. 구색 맞추기 인선이라는 지적과 진보 진영 인사 비중이 예상보다 적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신문은 또 “전공이 제각각인 대학 총장과 통일과 직접 연관이 없는 고교 교장까지 포함된 데 대해 ‘너무 잡탕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밝혔다. 통일부나 민주평통과의 역할 중복, 통일준비위가 내놓을 통일 청사진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러나 사설에서는 “우리가 이제라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초당적 국가전략을 위해 통일준비위를 출범시키고 시작하게 된 그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긍정적으로 그렸다.

   
▲ 통일준비위원회 관련 조선일보 16일자 기사. 따끔한 질책과 우려가 기사의 주를 이룬다.

서울신문도 사설을 통해 “통일준비위는 통일과정을 슬기롭게 헤쳐갈 방안과 통일한국의 뼈대를 설계할 기구”라며 “박근혜 정부의 위원회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통일준비위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통일준비위원 면면은 높은 경륜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이념과 정파적 대립의 벽을 뛰어넘을 구성인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며 “야당 의원 1명과 진보성향 인사가 일부 참여했다지만 범정파, 탈이념 기구로 보긴 힘들 듯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통일준비위원 면면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구체적 운영과 관련해서는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규모가 너무 방대해 보여주기식 전시성 운영으로 흐를 가능성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의와 업무중복에 따른 옥상옥(屋上屋) 논란 △흡수통일을 우려하는 북한을 납득시키는 일 등을 우려로 꼽았다.

‘옥상옥’ 논란은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세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거의 모든 언론이 지적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사설을 통해 “헌법 92조에 따라 설치된 민주평통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계층별·지역별 자문위원만 1만9000여명에 달한다. 세계 101개국에 자문위원이 분포돼 있고 수석부의장은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며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구상’을 주도할 통일준비위와의 업무 중복을 깊이 우려했다. 국민일보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통일 논의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세 기구(통일준비위, 통일부, 민주평통자문회의)의 역할 분담과 책임소재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사전에 이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옥상옥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경제 양철민 기자는 ‘기자의 눈’ 칼럼을 통해 “굳이 새로이 위원회를 꾸리면서까지 통일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되묻고 있다. 2만여명의 민주평통 위원들이 통일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통준위의 역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 매일경제 양철민 기자의 칼럼. 굳이 새로 위원회를 꾸리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정책결정기구가 아닌 대통령 자문기구인 만큼 지나친 의욕은 금물이라는 충고도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통일준비위는 한시적 조직이다. 이 조직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지겠지만 너무 힘이 실리면 기존 기구가 무력해지기 쉽다. 통일준비위는 그 한계를 잘 알고 꼭 해야 할 일만 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통일준비위의 한계와 과제’ 제목의 사설에서 통일준비위가 비상설 기구로서 집행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점, 민주평통과의 역할이 중첩되는 점 등을 거론하며 기구가 아닌 대통령의 의지가 통일정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꼬집고 있다. 그러면서 신문은 “통일준비위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통일은 남북관계 개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 △평화에 대한 일관된 철학을 견지할 것 △흡수통일을 반대할 것 등을 통일준비위가 지향해야 할 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남북대화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남북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통일준비위 출범을 남북대화의 신호탄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초에 첫 회의를 열 예정인 통일준비위원회의 갈 길이 남북통일만큼이나 험난해 보인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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