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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남북관계 전환점 되어야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7.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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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정부성명’의 행간(行間)에 보이는 통일 인식
북한은 지난 7월 7일 우리 정부를 향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성명’으로 ‘현 시기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4개항’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공화국 정부성명’은 북한이 중요한 대외정책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는 최고 수준의 형식이다. 이번 성명은 김정은 체제에서는 첫 번째 사례이고, 남쪽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는 역사상 처음이다.

통상 대남성명과 제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나 국방위원회 수준에서 해왔던 것에 비추어 보면, 격을 높인 이번 대남성명 형식은 내용이 중대한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남북관계의 ‘틀’ 자체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가 아닌지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1항, 핵문제 관련 국제공조에 시비를 건 2항, 남북관계 분위기 조성을 촉구한 4항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으나, 민족의 공동번영을 담보하는 합리적인 통일방안을 지향하자며 ‘연방연합제 방식’으로 통일방안을 구체화하자는 제3항은 곱씹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 저의가 있다고 북한 스스로 의구심을 더해가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성명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6.15 공동선언’ 제2항을 인용하고 있지만 ‘연방연합제’ 라는 용어는 처음 사용하고 있다.

‘연방연합제’를 단순한 일반합성어로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그들 나름의 공식 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의 깃발을 아예 내려놓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의 공식 통일방안은 90년대 이후 ‘느슨한’ 연방제니 ‘낮은 단계’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1980년에 발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이기 때문이다.

‘고려연방제’ 발표 이후 북한 입장에서 통일 관련 내외여건은 급격히 변했다. 내부 경제상황이나 외교환경도 그렇거니와 남북사이의 국력격차는 이제 만회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핵문제도 ‘고려연방제’에는 반영이 안 되어 있으며 최근 부쩍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을 거론하는 국제여론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변화를 기존의 ‘고려연방제’로는 대처하기 점점 어려워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당장에 남북이 하나의 연방으로 1국이 되는 것도 이제는 오히려 회피해야 할 처지다.

사실 ‘난국’ 타개를 위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통일보다는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통한 평화공존의 확보가 우선적 과제이고, 남북관계의 틀도 이 방향에서 조정하여 생존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이런 의미에서 ‘연방연합제’ 용어 사용은 연방보다는 연합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북한의 이와 관련된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생겼다.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과 대남 유화 전략으로의 전환
‘공화국 정부성명’은 최근의 미중 갈등과 동북아 정세변화 및 위기에 대한 나름의 인식과 이로 인해 형성된 난국의 타개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주의 대아시아 전략’으로 새로운 냉전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동북아지역 정세에서 남북대결이 지속될 경우 통일은 고사하고 외세에 농락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분단을 통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외세에 희생물이 되지 않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러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설명절’을 계기로 비방 중상을 전면 중지하자는 1월 16일의 국방위원회 중대제안, ‘7·4 공동성명 42주년’을 계기로 비방 중상과 적대시 정책을 중지하자는 6월 30일의 국방위원회 특별제안성명 등에서 반복되어 왔다.

관점만 조금 다를 뿐이지, 우리도 최근 동북아 정세의 구조적 변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미일동맹에 우리가 합세할 경우 강대국간 패권다툼에 휘말려 한반도가 그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한반도의 영구 분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분단된 채로는 미중 갈등 속에 국익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핵문제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된다면 어떻게든 활로를 열어 볼 수도 있겠는데 6자회담에 대한 전망이 안서고 있으니 남북이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답답해 하기는 서로 비슷한 것 같다.

90년대 중반 북핵 협상이 시작된 이래 동북아 정세는 북미관계에 좌우되어 왔었지만, 지금은 미중관계가 중심이고 북미관계는 종속변수로 전락해버렸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상대로 하는 핵문제 대화요구도, 관심을 끌기 위한 핵위협도 모두 묵살되는 상황이면서 과거와 같이 외교 주도권을 잡지도 못하고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당찬 전략도 구사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도했을 때는 이것이 중요한 협상카드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천명한 상태에서 핵문제는 더 이상 협상카드가 될 수 없고 미국의 주목을 끌기도 어렵다. 북한 핵은 오로지 비확산이나 확장억제의 대상이 될 뿐이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 형성에 집중하고, 중국은 이에 대항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경계하고, 일본은 틈만 보이면 군사적 입지를 늘려가려고만 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즉 북한문제)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일본과 납치문제를 고리로 협상국면을 열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면타개를 위해 남한의 역할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화국 정부성명’에서는 남한이 상황 돌파의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북한의 희망 내지 요구가 행간(行間) 여러 곳에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남한중시’ 정책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관계의 변환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이 남북관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당면해서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은 이미 5월 23일 공식 발표된 것이어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이번에 응원단 파견까지 포함해 정부성명의 형식으로 발표함으로써 그 중요성과 실현 의지를 더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공화국성명’에서 우리의 ‘드레스덴 구상’을 헐뜯고 거부하는 내용을 담았고, 이런저런 것이 거슬려 우리 정부도 북한의 ‘공화국성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남북 모두 관계개선을 위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은 부정할 수 없다. 동북아 질서 재편의 여파가 한반도 정세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남북 당사자의 주도적 노력을 가능케 하는 틈새시장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9월 인천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을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계기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하여 큰 탈 없이 행사를 마치기만 해도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여지가 많이 확보될 것이다. 남과 북은 서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오해를 사는 행동을 삼가면서 우선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인천아시안게임은 동북아지역 정세가 요동치는 시점에 당사자인 중국, 일본, 북한이 모두 참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치갈등을 스포츠 정신과 친선에 바탕한 경쟁으로 승화시켜, 서울 올림픽이 세계적 탈냉전과 화해의 상징이 되었던 것처럼, 인천아시안게임이 지역적 화해와 평화 회귀에 대한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마침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여 우리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에 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우리에게는 또 다시 ‘조건’을 걸어 남북관계 변환의 기회를 놓칠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joes@peacefound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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