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6월 13일 오전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론에 대하여 발언하고 있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은 의장 취임사에서 “이제 개헌을 이야기할 때”라고 밝혔다. 또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의원을 국회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정의장의 발언은 내년 대선을 전후해서 개헌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국회가 중심이 되어서, 즉 자신이 중심이 되어서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기실 현재의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신군부세력이 패퇴하면서 개헌이 추진된 결과물이었다. 당시 개헌은 권력구조 논의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투표권을 무력으로 빼앗은 귄위주의 군사정권은 15년동안 간선제를 통해 독재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따라서 87년 개헌은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직선제 개헌이 골자였으며, 장기집권을 방지하기 위해 5년 단임제를 채택했다. 또한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 실질적 민주적 제 권리, 사회적 균형과 불평등을 해소시키는 논의는 광범위하게 진전되지 못했으며, 헌법에도 충분히 담지 못했다. 개헌 논의역시 정치권에서만 이루어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못했다.

 대통령제 역시 3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 등 민주적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개선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의 대통령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재 태동 되었다. 비상대권과 전쟁선포권, 국민투표 부의권, 헌법개정 발의권 등 권력의 과도한 집중현상을 보였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집중은 이후 30여년동안 지속된 정치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선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들 상당수의 말로가 불행했으며,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현철씨의 국정농단과 정치자금비리 때문에 아들을 감옥에 보내야 했으며, 김대중 대통령도 비리혐의로 아들들을 감옥에 보내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이후 정치적 공세에 못이겨 ‘자살’이라는 비극적 선택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속에서 퇴임 이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5년단임제라는 단속성과 과도한 권력집중이 불러일으킨 결과였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집중은 의회와의 상시적 마찰을 빚게 했다. 대통령은 집권여당을 통해 국회를 통제하려 했으며, 집권여당을 대통령권력에 복속시키려 했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들은 결국 강력한 대통령권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집권여당은 국회에서의 야당과의 합의, 협의적 절차보다 청와대의 의도를 국회에서 관철시켜나가는데 온 역량을 집중시켰다.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의 합의와 양보를 통한 대통령권력을 견제하기 보다. 청와대와 여당과의 적대적 대립을 통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갔다. 따라서 국회에서의 야당의 정치적 활동은 대통령공격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고, 여당은 대통령권력을 비호하는데 전력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완화시켜 건강하고 생산적인 국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정치의 역할은 국회에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 역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국가정책을 수행해 나가는데, 국회는 협력과 동의의 기구라기 보다, 방해하고 발목을 잡는 기구로 인식하여 집권여당을 통한 국회통제에 주안점을 두게 되었다.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이 6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3회 국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공천의 불균형성과 불공정성 역시 과도한 대통령권력에서 연유한다. 대통령의 집권여당을 통한 국회통제 의도는 결국 공천권행사로 이어지게 된다. 국회의원들을 대통령권력에 종속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숨통을 쥐는 공천권력의 장악이 가장 중요했다. 또한 대통령 친위세력을 집권여당에 지속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공천권에 간여해야 가능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 ,한명도 예외없이 집권기간중 당 공천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직간접적 공천권 행사는 집권여당을 대통령에게 복속화시켰으며 공천을 둘러싼 권력암투와 후유증을 낳았다. 공천권이 민주적으로 행사되기보다. 하향식 권위주의적으로 집행되는 불협화음을 낳게 되었다.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성격은 선거과정에서도 정치권을 극단적으로 양분시키는 결과를 낳아왔다. 승자독식제의 대통령선거는 각 당의 경선과정은 물론, 본선거에서도 ‘죽기아니면 살기식’의 투쟁적 선거전략을 채택하게 만들었다. 폭로전과 함께 비방전, 그리고 인식공격등이 난무하는 선거판이 되었다. 또한 천문학적 선거비용을 후보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불법정치자금과 청탁자금등이 대선 캠프에 유입되게 되고, 선거운동원들은 대통령권력 장악후의 논공행상을 위해 온몸을 다해 선거승리를 위해 뛰게 된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3천여개가 넘고, 대통령권력 주변에만 포진해도 각종 이권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캠프에는 미래의 각종이권을 위해 뛰는 용사(?)들이 집결하게 되는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semi presidential system)는 지금까지 가장 선진적으로 발전돼 온 권력구조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연방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소형 국가에서 적합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유렵 13개 국가에서 채택, 실시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은 정치를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정치가 안정화되면 국민이 편안해 지고 경제가 발전되고 사회구성원들이 화목해 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들이 직접 뽑는 대통령은 외교, 국방 안보를 담당하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여 행정 및 내치를 담당하게 된다. 즉 국가의 존망과 관련된 업무는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대통령은 당파적 이해관계와는 한 발짝 떨어져서 국가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내치는 국회에서 당파와 정파간의 협력과 힘의 관계로 집행한다. 대통령소속당이 다수당이 되면 단점정부가 되는 것이며, 대통령소속당이 의회에서 소수당이 되면, 연립내각형태의 동거정부가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분권형 대통령제(semi presidential system)를 처음으로 주창한 프랑스의 정치학자 뒤베르제( Duverge)는 보통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며, 실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과 총리와 장관의 진퇴유무를 결정짓는 의회로 분권형대통령제의 성격을 규정짓고 있다. 일각에서 불려 지고 있는 이원집정부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잘못 오역한 것으로서, 유럽형 분권형 대통령제는 두 개의 정부형태가 아닌 하나의 정부에서 분점, 단점, 혹은 동거정부형태로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며,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근사치적 권력성격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제도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6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분단국가이며 지역주의 정당간의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한국의 정치상황에 볼 때, 분권형대통령제는 안보와 외교문제를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당파간의 정쟁이 심한 내치는 국회에서 협치를 통해 해결해 나가게 하는 전향적인 제도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재의 정치적 환경은 권력구조 재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의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총선이후 3당체제로 정치권이 재편되었고, 대통령임기도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지역주의 구도로 각 정당이 재편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차기 대통령 권력을 장악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경쟁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각 당파세력이 합종연횡한다면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개헌도 현실화 될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대통령과 현 대권주자들의 국가이익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일 것이다. 

유용화 정치평론가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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