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수락산 도안사를 찾아 가는 길에는 연등이 곳곳에 아름답게 만개해 있었다. 올해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더운 날이었지만 불자(佛子)들은 더위도 잊고 사찰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양하랴 절하랴 바삐 움직였다. 또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고 성불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아기 부처를 씻기는 관불의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많은 불자를 따라 잠시 공양을 하고 난 뒤 통수식(通水式)을 지켜봤다. 도안사는 그동안 험한 산세 탓에 수도가 뚫리지 않아 화장실과 설거지 등의 문제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통수식이 끝난 뒤 선묵 혜자 스님은 김광수 서울시 의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도안사에 서울시의 수돗물인 아리수가 보급되기까지 김광수 의원이 많은 힘을 써줬다는 것이다.

대웅전 앞에는 보살님들이 육법공양(六法供養)을 올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육법공양을 올리는 보살님들의 걸음걸음마다 나풀거리는 하얀 예복의 치맛자락이 마치 선녀 같았다. 육법은 불교에서 대표적인 여섯 가지 공양물을 뜻하는데 향, 등, 꽃, 과일, 차(茶), 쌀 등으로 각각 상징하는 바가 다르다. 향은 해탈향(解脫香)이라 하여 해탈과 희생, 공덕을 의미하며, 등은 반야등(般若燈)으로 지혜와 희생, 광명, 찬탄을 상징한다. 꽃은 만행화(萬行花)로서 꽃을 피우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딘다고 하여 수행을 뜻한다. 과일은 보리과(菩提果)로 깨달음을 상징하며, 차는 감로다(甘露茶)라고 해서 부처의 법문이 만족스럽고 청량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쌀은 선열미(禪悅米)라 하여 기쁨과 환희를 나타낸다. 육법공양이 끝난 뒤에는 찬양단이 공연을 통해 법회의 시작을 알렸다. 도안사 주지 선묵 혜자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오늘은 불기 2559주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만 중생이 찬탄하고 환희해야 할 날이고, 부처님께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혜와 복덕을 다 갖추고 있다고 선언하신 날이며, 모든 인간의 대자유와 대열반을 선언하신 날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체의 만물도 대평화가 깃들어있음을 선언하신 날이기도 합니다”라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을 향해 부처의 깊은 뜻을 되새겼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1,700여 년 한국 불교의 역사와 문화자산을 온전히 전승해온 전통 종단인 만큼 이번 네팔 대지진 참사를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락산 도안사는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통해 ‘네팔 지진 피해 이재민 돕기를 위한 타종 행사’를 진행했다. 정해진 금액 없이 원하는 만큼 기부금을 내고 받은 고무망치로 경내 길을 따라 올라가며 매달린 종들을 치는 행사인데, 기부도 기부지만 소리가 청명하니 듣기 좋은 탓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불자가 동참했다. 선묵 혜자 스님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나라인 네팔에 지진 참사로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참담한 마음을 가누며 연등을 밝히고 있다”며 “지진 피해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기원하며 무주상의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자”고 하며, “네팔의 지진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재민 돕기를 실천해야겠다”고 불자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찬탄하며 불의의 사고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밝은 위로를 보내자”며 부처님께서 이세상에 오신 뜻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신심이 있는 불자, 나눔이 있는 불자, 기도하고 참여하는 불자로 거듭나기를 당부했다. 이어 “나만을 위한 등불을 켤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을 어렵고 힘든 중생을 위해 자비의 등불을 밝히도록 하자”고 네팔 피해자를 넘어 불우한 이웃과의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불교계에서는 각 사찰뿐만 아니라 대한불교약사회, 천안불교사암연합회, 창원시불교연합회,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등 지역별 불교 연합에서도 활발하게 위로성금 모금과 전달이 이뤄지고 있다.

 

108산사를 찾아 108불공으로 108배하며 108번뇌를 소멸하고 108공덕을 쌓으며 108염주를 만들어가는 인연공덕을 쌓아가는 목적의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선묵 혜자 스님이 회주(會主) 스님으로, 성지순례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불교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산사의 아름다움을 전하면서 동시에 불자들에게 불교문화의 진수를 이해하며 마음을 순화시켜 주는 불도량이 곧 부처님의 상주하는 성지임을 인지시키고자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 과천 관악산 연주암에서 103차 순례를 마쳤고 오는 6월 9일부터 11일까지 강원도 인제 설악산 봉정암에서 104차 순례를 떠난다. ‘선묵 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지난 2012년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4박 5일간 부처님 탄생 성지인 네팔 룸비니 동산을 찾아 인도 부처님 열반지 쿠시나가리에서 봉양받은 진신사리를 모시고 탄생불을 제막하는 대법회를 봉행했다. 당시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 기념비 및 탄생불 제막식’ 봉행에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선묵 혜자 스님을 비롯해 동광 스님, 보인 스님, 광복 스님, 승인 스님, 법성 스님, 종호 스님 등 약 150여 명의 한국 불자들이 동참해 룸비니를 방문했다.

이들은 룸비니 개발구역 북쪽 입구에 위치한 약 2,000평 규모의 ‘한국-네팔 불교도 우정의 평화공원’ 중심부에 4.5m의 ‘사리 이운 평화기원 대법회 기념비’를 세우고, 비 상단에 약 250cm 높이, 무게 1t 규모의 탄생불을 조성해 제막식을 가졌다. 좌우 보처엔 사리가 룸비니로 귀향하기까지 기도회 여정과 순례자 7,0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가 자리했고 진신사리는 탄생불 하단에 복장문과 함께 봉안했다.

 

선묵 혜자 스님은 석가모니의 고향인 네팔과 깊은 인연이 있다.

6·25 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부처의 성지 네팔 룸비니에서 ‘평화의 불’을 봉송해 왔는데,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평화의 불이 도선사에 안착한 후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가는 산사마다 불씨를 나눠 분등하고 있다. 당시 네팔 룸비니 ‘평화의 불’ 채화 이운 소식은 각 언론에 보도되어 불교 신도들뿐만 아니라 일반의 관심도 크게 불러 일으켰다.

선묵 혜자 스님은 순례단 60여 명과 함께 2013년 4월 15일 이른 아침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향했다. 룸비니 동산 평화의 불 채화 전야제에서 구름이 둥그렇게 원으로 띠를 두르고 일원상을 그리며 순례단을 따라와 모두가 신기해하기도 했다.선묵 혜자 스님은 “사바세계의 대립과 갈등은 끝이 없어서 지구촌 곳곳에 기아와 질병, 전쟁의 공포가 가득한데, 이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스스로를 고통 속에 가두었으며 나만을 생각하는 아집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고통을 극복하고 평화가 가득한 평화로운 세상이 이룩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자 부처님의 탄생 성지에서 평화의 불을 이운하였다”고 평화의 불 이운의 목적을 밝혔다.

이러한 네팔과의 인연으로 선묵 혜자 스님은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으로부터 룸비니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을 직접 전달받고 수바스 넴방 국회의장에게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선묵 혜자 스님은 지난 2013년 6월,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평화의 불 영월 보덕사 이운 법회를 가졌다. 이는 첫 평화의 불 분등으로 의미가 깊다.

선묵 혜자 스님은 불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봉행하는 ‘갈등과 불신을 넘어 화합과 상생을 꿈꾸다’라는 행사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 북녘에도 평화의 불을 밝히기 위함으로 북한으로 평화의 불을 이운하고자 하는 뜻이다.

또한 선묵 혜자 스님은 “일본에 불교를 전한 바닷길을 통해 평화의 불을 이운하고자 한다”며 “임진왜란의 진원지인 일본 나고야 성에서 평화의 불을 봉안하고 전란으로 희생된 양국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위령제를 봉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봉행에서 주요 사찰 성지순례를 통해 양국이 평화롭게 안정되기를 바라고 이를 넘어 앞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데 불교계가 앞장설 것을 다짐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마음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발원하면서 기쁨의 마음도 함께 나누시기 바란다”고 했다.

 

도안사는 내년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는 칠층보탑이 세워질 예정이다. 여기에 108산사순례기도회를 통해 108산사에서 담아온 흙을 봉안하고돌로 108산사의 특징을 조성해 꾸미는 등 지난 9년간의 여정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외부와의 교류와 함께 내부의 실속도 다지고 있다.

선묵 혜자 스님은 “오늘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 우리는 한마음으로 등불을 밝혀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비춰봐야 한다”며 “자성이 청정하면 중생이 곧 부처이며 법계가 무궁하면 극락과 중생계가 따로 없음을 깨달아 정토 구현에 큰 소원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 마음은 연등 하나 밝히는 공덕으로 인류가 평온하고, 가정마다 웃음꽃 피어날 것이며, 부귀와 빈천의 벽도 허물어질 것이고, 네팔 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해 평화의 나눔의 등을 밝혀 부처님께서 오신 뜻을 위하자”고 한번 더 네팔 대지진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한 나눔 실천을 당부했다.